일상적 대화로부터 삶의 의미를 이끌어내는 수업

일러스트=토끼풀

 
대한민국의 청소년이 불행하다는 이야기는 ‘해는 동쪽에서 뜬다.’만큼 우리에게 익숙해진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불행의 원인을 두고, ‘한국 청소년은 입시 때문에 힘들지…’라던가, ‘이것은 SNS 때문이야.’ 등등 다양한 주장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각자의 경험이나, 뉴스기사들을 기반으로 짧게 생각한 이후에 곧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사랑하기에 너무 바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고, 청소년 역시 어른들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바쁘고 정신없는 나날(게임, SNS, 교우관계, 시험기간 등등)을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청소년의 우울증이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언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더 많은 지식을 통하여 성장을 이끌어주는 사람은 많고 관련기관은 더더욱 많습니다. 그러나 제가 매번 느끼는 것은 청소년에게 훈수를 두거나, 지식을 주입하거나, 치료를 하려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의 생각을 듣고 그것을 발전시키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는 이번에 그 중에서도 청소년과의 ‘일상적 대화로부터 삶의 의미와 숙고를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위에서 말한 주제의 근간으로 ‘어린이철학’에서 말하는 방법론들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철학은 아이들에게 너무 어렵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물론 철학은 수많은 학자들이 다양하게 정의하였고, 그 의미는 시대상황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는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변혁시키는 것으로,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이 학설이 아닌 언어비판활동으로, 후설은 인간의 이성이 계시되고 실현되는 역사적 운동으로써 철학을 인식해왔습니다.

허나 어린이 철학에서 말하는 철학은 철학(Philosophy)의 어원에 좀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철학이란 그 말 자체를 따져보자면, 곧 ‘지혜(Sophia)’를 ‘사랑하는 것(Philia)’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철학을 배우는 목적은 스스로 생각하고 검토할 수 있는 비판정신을 일깨우고 생활화하는 것입니다. (각주 1 : 이종훈. (2007). 어린이철학교육을 위한 논리적 사고훈련 프로그램 개발연구(I). 철학윤리교육연구, 23(38), 49-69.)

어린이가 자신 스스로 생각하고 검토한 비판정신을 통하여 세상을 바라볼 때, 세상의 다양한 인과관계와 정합성을 따질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정신을 형성할 때에, 좋은 멘토의 도움으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이것의 인과관계를 따져보며 자신의 생각을 비판적으로 되짚는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린이는 이러한 되짚음을 통하여 주변 세계의 문제와 의문거리들이 단지 폭력이나 억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적능력으로 대응가능하고 예측가능한 문제로 세계를 인식하게 될 희망을 만들게 됩니다.
 

 
저는 앞에서 설명한 방법들을 통하여 오늘날 청소년들이 마주한 불행과 우울을 어느 정도 경감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청소년이 자신의 사고로 자신의 문제를 재단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는 과정 자체가 청소년에게 문제해결능력에 대한 효능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방법론이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연애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소녀가 한 명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소녀는 오늘 남자친구과 헤어져서 몹시 슬픈 상태지요. 이를 두고 어른들은 어떻게 위로를 해줄 수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그리고 그 위로를 통해서 어떻게 그 소녀가 삶의 지혜를 축적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지 알아봅시다. 아마 다음과 같이 위로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별거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입니다. 아니면 좀 더 사려 깊은 어른은 다음과 같이 위로를 해줄 수 있겠습니다. ‘나도 예전에 그렇게 헤어져봤는데,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져.’라고 말입니다.

이는 사실 도움이 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어른들이 그저 소녀의 마음을 지레짐작하고, 자신의 지혜를 주입하려는 시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소녀에게 지혜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스스로 이끌어내는 것’에 대하여 얘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 번 다음과 같이 진행해본다면 좋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도를 하는 어른을 멘토로, 소녀를 A라고 지칭해보겠습니다.

멘토 : 왜 헤어졌니?

A : 걔가 절 지겹다고 했어요.

멘토 : 그렇게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A : 몰라요. 제가 못생겨서 그랬을까요?

멘토 : 아냐. 만약 니가 못생겼다면, 처음부터 너와 사귀지 않았겠지.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 어떤 계기로 지겨워졌는지 한 번 같이 고민해볼까?

위와 같이 우리는 멘토의 지도와 소녀 A의 생각을 통하여, ‘연애와 이별’에 대해서 그리고 이것을 통해 함께 생각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이별의 슬픔에 대해서 자책하는 A가 부정적인 세계관에서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태나 감정, 상황 등을 더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어린이 철학은 청소년들은 일상적인 삶을 다시 되돌아보는 대화를 통하여, 자신의 가치관을 점검하고 이를 숙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어로 다시 표현해보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기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혼자서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이나 사고를 잘 이끌어줄 수 있는 조언자의 도움을 받는다면, 청소년은 더 쉽게 자신의 생각을 객관화할 수 있고, 이를 통하여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실제로 청소년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 중 하나인 ‘공부는 왜 해야 하는 것인가?’와 ‘SNS를 왜 사용하는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일상적 대화로부터 삶의 의미를 어떻게 끌어내었는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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