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비엔날레의 향연, 가을을 물들이다
전국 곳곳에서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이숙경 예술감독이 이끈 광주비엔날레가 2023년 상반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다면, 하반기는 이들의 잔치가 될 것이다. 바로 「청주공예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대구사진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그 주인공이다. 9월에만 전국적으로 5개의 주요 비엔날레가 막을 올렸으니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전시 외에도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풍성한 이 행사들을 2회에 걸쳐 소개해본다.
잠깐, 비엔날레란? 비엔날레는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 현대미술 전시회를 뜻한다. 1895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시작해, 현재는 전 세계에서 약 230개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을 만큼, ‘2년마다’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 비엔날레(biennale)는 고유명사로 자리할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해졌다. 이중 한국에서는 약 16개의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
청주공예비엔날레,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
1999년도부터 시작된 청주공예비엔날레가 13회를 맞이했다. 9월 1일부터 청주 문화제조창과 시내 일원에서 10월1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사물의 지도-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이다. 공예는 인간가 자연 사이에 수천 년간 이어진 직접적이고, 육체적인 교감과 공진화의 역사이자 결과물이다. 공예가들은 작업을 통해 인간의 몸과 자연이 맺고 있는 직접적인 관계를 매 순간 확인한다.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는 공예의 특별한 능력과 힘,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공진화로 만들어진 다양한 사물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강재영 예술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삶에 미치는 엄청난 영향력에 비해 공예가 그저 ‘쓸모 있으면서 좀 아름다운 물건’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빈번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21세기 지금의 공예 지도를 그려보면서 공예가 지닌 힘과 역할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동시대 공예 생태계를 둘러싼 미학과 기술, 문화적 맥락, 공동체에 대한 사유 등을 드러내면서 한편으로는 공예의 시대적 반성, 그 미래도 조망하겠다는 것이다.
‘공예가 인간중심주의를 강화하고, 천연자원의 남획에 일조해 오지는 않았을까’라는 반성에서 출발한 이번 비엔날레는 ‘생명애(biophilia)’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공예정신을 다섯 가지 서사로 세분화해 나눠 펼쳐낸다. 이번 비엔날레는 57개국 251작가․팀의 작품 3000여 점을 선보인다. 자연 속 천연 재료와 장인들의 오래된 기술이 결합된 순수 형태의 공예부터 손과 도구는 물론 기계·첨단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현재와 미래의 공예까지 살펴본다.
나아가 최근 주목받는 자원의 ‘리사이클링’을 넘어 ‘업그레이딩’을 통한 ‘착한’ 공예작품은 물론 생태환경적 차원에서 올바름을 추구·실천하는 공예 정신도 논의한다. 특히 80%에 달하는 본전시 참여작가들 대부분이 이번 비엔날레를 위한 신작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를 꼭 봐야할 이유를 더해준다. 개막 4일만에 1만명, 10일만에 3만명의 관람객 수가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물 드는 산, 멈춰선 물-숭고한 조화속에서’
3회째를 맞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목포 문화예술회관 등 시내 일원과 진도의 운림산방 등에서 9월1일~10월31일 이어진다. ‘물 드는 산, 멈춰선 물-숭고한 조화 속에서’란 주제 아래 19개국 19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통 수묵·채색의 한국화 위상이 점점 위축되는 상황에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동양 미학에 기반한 수묵·채색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더욱이 중국과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 각국, 독일과 오스트리아·네덜란드·스페인 등 유럽과 미국 등 서구 작가들의 작품도 선보인다.
이건수 예술총감독은 “주요 철학 기반인 ‘정중동(靜中動) 동중정(動中靜)’을 모티프로 해 고요함 속 움직임을 표방하는 동양의 미학을 통해 서구 미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대미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국내외 전통적·현대적 수묵·채색 작품은 물론 동양미학이 녹아든 다양한 현대미술품이 한 자리에서 만남으로써 한국화의 의미와 가치, 현대미술의 한 축으로서 나아갈 방향 등을 조명해보는 것이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디자인을 만나다’
대규모 디자인 축제라 할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광주디자인진흥원 주관으로 9월7일~11월7일 비엔날레 전시관 등 광주 시내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의 디자인비엔날레와는 달리 주제를 통해 예술과의 차별화, 국제화, 산업화를 꾀한다는 점이다. 예술과 차별화된 디자인,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위한 가장 효과적 수단으로서의 디자인, 우리의 삶의 핵심 요소로서의 디자인을 보여줄 예정이다.
올해 10회째로 50개국 디자이너 700여명, 기업 190여개가 참여해 2600여점을 선보이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나건 홍익대 교수가 총감독을 맡았다. ‘Meet Design(디자인을 만나다)’라는 올해 주제가 암시하듯, 이번 행사에서는 총 6가지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예술과 차별화된 디자인과의 만남, 팬데믹 이후 100% 대면행사인 디자인비엔날레와의 만남, 글로벌 및 국내 트렌드와의 만남, 레드닷을 통한 세계 최고의 디자인과의 만남, 디자인을 통한 광주의 기술 및 산업과 글로벌의 만남, 아시아 및 세계의 디자인과 광주의 만남이다.
전시관은 총 4개의 관으로 구성된다. 기술과 디자인이 만드는 Home, Office, Workspace, Future를 보여주는 Technology관(Technology meets Design), 디자인으로 만들어지는 우리의 삶을 Person, Eco, Taste, Customization으로 보여주는 Lifestyle관(Lifestyle meets Design), 디자인이 함께 함으로써 글로벌로 나가는 K-Culture를 보여주는 Culture관(Culture meets Design), 디자인을 통해 완성되는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보여줄 Business관(Business meets Design)을 선보이게 된다.
테크놀러지·라이프스타일·컬처·비즈니스 등 4개 소주제로 구성되는 본전시를 비롯해 특별전, 연계·기념전 등의 전시와 국제학술대회, 체험과 교육·시민 참여프로그램, 디자인 마켓과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등 모두 19개의 전시·행사가 열린다.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하는 ‘국제 포스터디자인 초대전’, 특별전 ‘디자인 넥서스’를 비롯해 근현대 북디자인과 TV·통신기기의 디자인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보는 전시 등이 대표적이다.
공예부터 사진·수묵·디자인·건축까지 전국 곳곳에서 비엔날레가 가을을 물들이고 있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 비엔날레 관람은 어떨까. 다음편에서는 「대구사진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를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