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패

: 심리적 방어기제 (Defense Mechanism)
 

일러스트=토끼풀

 
과연 행복의 조건이 무엇일까?
 
사람들이 가장 힘들 때 서점 코너에 많이 팔리는 책이 행복에 관련된 책이라고 한다. 어떻게든 불행하다는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책을 열심히 읽는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왜 행복함을 못 느끼는지 원인을 찾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 성인 발달 연구팀은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지 연구했다.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행복의 조건은 우리가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는지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겪는 고통이 많든, 적든 간에 그 고통에 어떤 식으로 적응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 적응방식이 바로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다. 성인이 된 후 행복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중년 이후의 삶에서는 어린 시절의 불우함이나 부모의 부재, 직업, 학벌 수준이 아니다. 현재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심리적 방어기제에 따라 이후의 삶을 결정한다.

내가 모르는 는 분명 있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리어왕>의 1막 1장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전에도 아버지는 자신을 조금 밖에 알지 못했지.” 둘째 딸 리건이 하는 말이다. 브리튼 왕 리어가 딸 셋에게 땅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두 딸에게 배신당하고 셋째 딸을 잃게 된다. 리어왕은 그제야 셋째 딸의 진심을 알고 절규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자신을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내가 모르는 ‘나’는 분명 있다. 리어왕은 이면에 있는 자신의 감정을 몰랐던 것 같다. 사실 진짜 감정은 몰래 숨어있을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의식하는 자아가 우리의 전부라고 믿는다. 내가 모르는 나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바로 방어기제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방어기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방법을 통해 용납할 수 없는 생각과 감정을 의식에서 몰아낸다.
 
다시 리어왕 이야기를 해보자. 국토를 나누어 주기 위해 세 딸을 부른다. 아버지를 많이 사랑하는 자녀에게 큰 땅을 주겠다고 이야기한다. 큰 딸 고너릴과 둘째 딸 리건은 리어왕에게 아주 과장된 사랑의 찬사를 늘어놓으며 아버지의 비위를 맞춘다. 셋째 딸 코딜리어는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배우자가 그 사랑을 대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언제까지나 아버지만을 사랑할 수 없다. 사실 맞는 말이다. 리어왕은 가장 사랑했던 코딜리어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화가 났다. 바로 코딜리어와 단절하고 두 딸에게만 땅을 준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생각하는 그대로다. 두 딸은 아버지를 배신했다. 아버지를 구하려다 코딜리어는 죽고 리어왕은 절규한다.
 
리어왕은 자신이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려 했다. 방어기제는 불편한 감정을 피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나타난다. 다만, 너무 깊숙이 박혀 있어 직면해야 할 감정에 접근하는데 방해가 되기에 문제다. 격한 감정을 전혀 다른 곳으로 표출해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리어왕이 코딜리어와 단절을 선언한 것처럼 말이다. 본인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얻지 못한 것이다. 결국 방어적인 행동은 자신에 관한 어떤 진실을 들었을 때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리어왕은 코딜리어가 말한 진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방어기제는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다르게 해석한다

방어기제는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무의식적 수단을 말한다. 개념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d Freud)가 제시한 개념이다. 프로이트는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 ego)라는 정신 구조의 세 가지를 이야기했다. 이드는 원초적 쾌락이다. 본능적인 것으로 성적 욕구, 공격적 욕구 등이 해당된다. 초자아는 엄정한 양심, 이상을 나타낸다. 이 둘은 상호 배타적이다. 쉽게 말해서 막무가내 망나니와 앞뒤 꽉 막힌 모범생 사이를 조율해야 하는 책임이 자아에게 있다. 현실과 쾌락의 균형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아는 외부의 제약이나 규율 같은 현실원칙도 고려한다. 자아는 내, 외적인 요구사항을 적당히 수용해야 한다. 상호 간의 타협하는 길을 모색하여 정신적으로 균형이 유지되기 위해 자아는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된다. 자아가 완벽하게 기능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해결하기 힘든 여러 상황을 접하게 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되는 것들이 쌓여 축척이 된다. 그런 경험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더욱 조심하게 만들고 자신을 무의식적으로 방어한다. 인간이 불안이나 스트레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보호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불안이 생길 때 자아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한다. 하나는 합리적인 문제 중심으로 대처하려는 것, 나머지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방어기제가 안전하게 자신을 보호해주는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방어기제는 보편적이고 필수적이다. 감정적 상처로부터 보호해주기도 하지만 종종 성장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방해하기도 한다. 모든 방어기제는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병리적인 방어기제가 뿌리 깊게 고착되어 버리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생긴다. 풍요로운 삶을 만들거나 자존감을 가지기 어려워질 수 있다. 방어기제를 사용하지 않고 완전히 벗어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수치심을 경험하는 상황이라고 하자.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사람은 화를 잘 참는다. 반면, 어떤 사람은 불같이 화를 낸다면 두 사람의 방어기제는 다르다. 현재 자신이 사용하는 방어기제에 따라 수치심을 준 대상에게 몇 배로 갚을 수 있고 후일을 도모할 수도 있다.
 

자기 인식이 잘되어 있는 사람은 존재한다

세익스피어는 “인간의 결점은 자신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고 말했다. 방어기제는 무의식적이다. 스스로 깨닫기 어렵다는 말이다. 리어왕이 자신의 문제를 깨달았다면 코딜리어를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방어기제를 깨닫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조언을 주는 가족, 주변 친구, 지인, 상담사일 수도 있다. 상담 과정 중 처음에 ‘자기 탐색(self-monitoring)’을 한다. 자기 탐색을 통해 자기감정을 인식한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인 도널드 멜처(Donald Melter)는 “방어기제는 본질 적으로 우리가 고통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에 하는 거짓말”이라 말한다. 고통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누구나 힘든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고 아픈 상처를 마주했을 때 속이고 싶을 것이다.
 
때로는 고통에 직면해야 한다. 고통을 회피했을 때 그 순간에는 마음이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상황이 더 악화 된다. 자신의 진짜 감정과 마음이 방어기제로 가려버리면 스스로 소외되거나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가 없다. 방어기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뻣뻣한 갑옷을 입고 돌아다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뻣뻣한 갑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것을 상상해보자. 얼마나 무겁고 답답할까.
 
바쁜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 중압감, 타인과의 관계, 일, 등등 다양한 것들로 인해 삶은 평화롭지 않을 때가 많다. 한번 쯤 ‘내 문제가 뭘까?, 나는 왜 매일 공허한 기분이 들까?, 사람들과의 관계는 왜 이렇게 힘들까?, 내 기분은 왜 매일 우울할까? 등 끊임없이 부정적인 언어로 자신에게 질문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 해답을 방어기제에서 찾아야 한다. 자아의 방어기제가 정상적인지 병리적인지에 대한 구분은 균형과 강도, 연령의 적절성, 철회 가능성으로 구별한다. 철회 가능성은 자아에 대한 위험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방어가 위험이 사라지면 사용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유아들은 퇴행 행동을 한다. 성인이 어린 아이처럼 행동한다면 문제가 된다는 뜻이다.
 
방어기제의 균형이 이루어져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방어기제는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사용된다. 내가 어떤 방어기제를 주로 사용하는지 알 수 있으면 자신을 건강하게 재배치시켜 줄 수 있다. 방어기제는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쓰기에 병리적인 기능이 내포되어 있다. 방어기제를 과다하게 사용하거나 습관화되면 심각한 정신 증상을 야기하게 된다. 우리는 불안하고 자신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할 때 방어기제를 쓴다. 자아가 건전하게 발달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성숙해져야 한다.
 

방어기제는 의지가 약하고 자신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방어기제는 우리의 삶에서 완충제 역할을 하면서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피해 자체를 회피하거나 왜곡시키는 것이 아니다. 분석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은 “우리가 부정하는 것이 우리를 굴복시키고, 받아들이는 것이 변화시킨다.” 고 말했다. 상황에 대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직접 부딪쳐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방어기제는 한 사람의 성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도망가거나 숨지 말아야 한다. 방어기제는 나이와 상관없다. 60대가 30대에 보다도 더 미성숙할 수 있다. 무의식적으로 나타나기에 어떤 방어기제를 쓰는지 지각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방어기제는 성숙도에 따른 서열로 4단계로 나눈다. 앞으로 자아도취적(정신증적) 방어기제, 미성숙 적 방어기제, 신경증적 방어기제, 성숙한 방어기제 등 다양한 방어기제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각각의 방어기제 유형을 통해 자신의 삶과 대립시켜보고 현재 자신을 탐색해보자. 앞으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스스로 삶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자가 치유사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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