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영어책으로 시작할까? – Winnie-the-Pooh 클래식의 힘

일러스트=토끼풀

 
몇 달 전부터 프랑스어를 독학하고 있는 내게, 지인이 읽어볼 첫 책으로 카뮈의 이방인을 권해줬다. 이방인의 첫 구절은 이렇다.
 
“Aujourd’hui, maman est morte. Ou peut-etre hire, je ne sais pas. J’ai recu un telegramme de l’asile.”
 
중학교 영어를 기준으로 봤을 때, 내 불어 실력은 중학교 1학년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 알량한 언어 수준으로 명료하게 써졌다는 까뮈의 이방인 읽으니, 첫 줄 (My mother died today. Or maybe yesterday, I don’t know. I received a telegram from the old people’s home) 까지는 어떻게 알겠지만, 그 다음부터는 난감했다.

몇 가지 추측할 수 있는 단어는 있었다. Mere decedee. 엄마가 죽었다. 영어 disceased(사망한)와 비슷하니 이건 알겠지만, 찾아야 할 단어가 너무 많았다. 다행히 내겐 영어로 된 책이 있어서 옆에 두고 한 줄 한 줄 비교하니 무슨 뜻인 줄은 알겠는 데, 걸어야 하는 길을 기어서 가는 느낌이라 읽는 재미가 없었다. 일단 읽기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했다.
 
그럼 처음에는 무엇을 읽어야 할 것인가? 중1수준의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유아용 동화책일 것이다. 글밥이 많은 초등학교 저학년용 책이 아니라, 그림으로 단어가 유추할 수 있는 게 많아봤자 한 페이지에 2줄이 넘지 않는 그림책이 맞다. 그렇지만 아이에게 읽어줄 일이 있지 않는 한, 성인이 그림책을 찾아 읽는 것이 쉽지는 않다. 폼도 나지 않지 않는다.
 
그래서 중학교 1, 2학년 수준의 문법과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일상적으로 쓰는 외래어로 익숙한 영어 단어만으로 읽을 수 있으며, 들고 있을 때 모양 빠지지 않는, 시대가 검증한 클래식을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영어 문장 정도는 읽어왔던 성인 독자이지만, 책의 주는 부피에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한 책을 찾고 또 찾았다. 그렇게 찾은 이번 달의 책은 바로 A.A. 밀른(A.A.Milne)이 쓰고, 에른스트 H. 쉐퍼드(Ernest H. Shepard)가 일러스트를 그린 Puffin 출판사의 Modern classic, < Winnie-the-Pooh >이다.
 

 
동시작가이자 극작가이며 1차, 2차 세계대전에 모두 참전한 군인이었던 앨런 알렉산더 밀른(Alan Alexander Milne)은 그의 첫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Christopher Robin Milne)을 위해 이 책을 썼다. 그가 아들과 방문한 런던 동물원에서 아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본 후 아들의 봉제인형을 캐릭터로 2권의 동화를 썼고, 그 첫 번째 책이 이 Winnie-the-Pooh다. 처음 푸의 이름은 아들 크리스토퍼의 곰인형의 이름인 ‘에드워드’였으나, 아들이 백조들에게 ‘pooh’ 라고 부르기에 ‘The Pooh’로 바뀌었다.
 
이후에 런던동물원의 캐나다 위니펙에서 와서 Winnipeg이란 흑곰의 이름을 따서 “Winnie-the-Pooh”가 되었다. 나머지 캐릭터의 이름은 모두 크리스토퍼의 봉제인형의 이름이다. 푸와 다른 동물들이 사는 가상의 공간 Hundred Acre Wood는 실제 이스트서식스(East Sussex)에 있는 Ashdown Forest가 모티브다.
 

 
< 에른스트 H. 쉐퍼드의 Hundred Acre Wood 삽화는 디즈니의 첫 장면으로 시작 한다 >
 
이 책을 읽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Ernest Howard Shepard의 아름다운 삽화 때문이다. 잠시 모르는 영어 단어와 문장에서 오는 부담을 페이지를 가득 채운 그의 일러스트를 보면, 지금 페이지는 힘들 지라도 다음 장의 그림을 보기 위해서라도 책을 계속 읽게 된다. 그의 일러스트가 무려 16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을 힘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애니매이션에서 영상과 음악과 흘러지나갈 말들도 책으로 보면, 잠시 행간에 발을 멈추고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언어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이고 문화를 이해하기에는 책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 문화의 아래부터 알기 위해서는 어린이들 책이라고 잠시 재껴두었던 동화책부터 시작하는 것도 그렇게 부끄러울 일이 아니고 꼭 필요한 단계이지 않을까?
 
그리고 이 책은 어린이 책이라고 그냥 넘기기엔 좋은 말들이 무척이나 많다. 단순하고 유쾌한 푸와 두려움이 많지만 포기하지 않는 피그렛과 자존감 만땅인 티거등의 대사는 어른에게 주는 울림이 더 크다. Winne-the-Pooh에서 나온 유명한 인용구를 몇 개 적어본다.
 

1. “Some people care too much. I think it’s called love.”

– Winne the Pooh

 

2. “The most wonderful thing about Tiggers is, I’m the only one”

– Tigger

 

3. “You can’t stay in your corner of the Forest waiting for others to come to you. You have to go to them sometimes.”

– Winne the Pooh

 

4. “Don’t underestaimate the value of Doing Nothing, of just going along , listening to all the things you can’t hear, and nothing bothering.”

– Winne the Pooh

 

5. “They’re funny things, Accidents. You never have them till you’re having them.”

– Eeyore.

 

6. “Sometimes the smallest things takes up the most room in your heart.”

– Winne the Pooh

 
등등의 많은 인용구 중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특유의 징징대는 목소리 때문에 가장 비호감인 피글렛이 책을 읽으며 다른 캐릭터를 배려하고 그래서 걱정이 많지만 끝까지 푸의 곁에 있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바뀌게 되었다. 그의 말 중에, “The things that make me different are the things that make me, me 나를 다르게 만드는 것들이 나를 만든다”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책을 읽기에 가장 좋은 날은 언제일까? It’s TODAY! My FAVORIT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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