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라이트를 응원하며 – 장석준

일러스트=토끼풀

 
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보와 의견이 만들어지고 받아들여지는 방식이 10년이 멀다 하고 경천동지할 만큼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종이신문과 공중파 TV는 어느덧 ‘레거시 미디어’라 불리는 형편이고, 그들이 차지하던 거대한 공간을 이제는 여러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채워나갑니다.
 
많은 이들이 이를 정보와 의견의 민주주의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계기로 여기며 환영했습니다. 오프라인 집회나 전통적 정당, 사회단체의 시대는 끝났다는 성급한 진단마저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현재 인류가 맞이한 현실은 이런 기대나 낙관과는 한참 어긋나 있습니다. 온라인 공론장은 전통적 공론장보다 훨씬 더 유언비어(가짜 뉴스)와 참주 선동(진영 논리)에 휘둘리기 쉬운 공간임이 드러났습니다. 이것은 ‘보수’와 ‘진보’를 참칭하는 양대 정당의 권력 싸움에 시민들이 동원되는 한국 사회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가히, 전 세계적인 대세입니다.

다만, 다행인 것은 이런 혼란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실험에 나서는 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한국 사회에는 2000년대 초부터 다른 나라보다 일찍 온라인 공론장의 잠재력을 실현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시도 가운데에 살아남은 사례들이 다시 새로움을 잃고 화석화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새로운 세대가 전에 없던 시도에 나섰습니다. 최근에는 온라인 네트워크에서도 깊이 있는 문제 제기와 여론 형성이 가능함을 보여주려는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로 ‘서울라이트’는 그 중에서도 가장 젊은 주자입니다. 이제 막 무대를 열려는 또 다른 의미 있는 21세기형 공론장의 시도입니다. 지금부터 시작이니 섣불리 그 미래를 미리 점치거나 평가할 수는 없겠습니다.
 
그러나 뿌리 깊은 진영 논리나, 내용은 없고 기표만 있는 한국식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겠다는 ‘서울라이트’의 의지는 참으로 반갑습니다. 본래 보수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가 갖고 있던 치열하고 정연한 논리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를 바라보고 해법을 새롭게 고민하며 합리적인 논쟁을 벌이겠다는 비전에도 눈길이 갑니다.
 
부디 ‘서울라이트’가 이러한 비전과 의지를 계속 견지하며 발전시켜나가길 바랍니다. ‘서울라이트’의 이런 노력을 통해 우리 사회는 소중한 생각의 창, 말의 통로를 하나 더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장석준(전 진보신당 부대표, <근대의 가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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