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은 합리적인가

일러스트=토끼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출근길 지하철을 가로막았다. 소위 말하는 ‘출근길 행동’이다. 시위가 격해지면서, 전장연 활동가들은 지하철 직원 및 경찰들과 충돌했다. 신문과 뉴스에는 시위하다 기절한 사람, 한 활동가가 손등을 입으로 뜯어 상처가 난 경찰관의 사진도 올라왔다.
 
20여 년 동안 사회복지학을 강의한 사회복지사로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옹호하는 것은 당연한 입장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폭력적인 시위는 계속되는지 의문이다. 우선 표면적으로 드러난 시위 목적은 ‘통행권’ 확보이다. 전장연은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100%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통행권을 위한 여러 정책이 집행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폭력적인 시위를 통해 통행권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회복지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보다도 앞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장애인, 어린이, 여성을 위한 정책 면에서는 많이 뒤떨어져 있다. 10년 전 얼마간 뉴욕에서 아파트를 임대해 단기간 머무르며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기저기 다닌 적이 있다. 뉴욕에는 언제나 줄을 서는 문화가 잘 되어 있었다.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버스에 타는 데, 휠체어를 타는 승객들이 기사님과 인사를 주고 받으면서 천천히 타는데도 뒤에 서 있는 모두가 불평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기다렸다. 아마도 우리나라였으면 큰 소리가 나왔을 것이다. 뉴욕시의 모든 버스들은 저상버스였고 도로의 높이가 저상버스가 닿았을 때의 높이와 같아 휠체어가 쉽게 드나들 수 있었다. 그런 모습에 감명받아서, 기회가 될 때마다 뉴욕 장애인, 휠체어, 저상버스 얘기를 했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사도 교통약자편의증진법의 시행과 개정 등을 통해, 교통 약자를 위한 정책에 많은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이미 많은 교통약자들이 전국에서 서비스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장연의 지하철 행동은 계속되고 있다.
 
전장연은 대국민 호소문 영상에서 ‘지하철 행동’이 장애인의 권리를 위한 투쟁이며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세상을 향한 저항이라고 하였다. 지하철은 장애인이 아닌, 다른 사회적 약자도 이용하는 대중교통이다. 전장연은 다른 약자의 목소리에는 귀를 막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을 위해서 특히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장애인만 사회적 약자는 아니다. 모든 사람의 이동권은 똑같이 존중되어야 한다. 전장연이 막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음은 전장연이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 및 각 정부 부처에 ▲장애인권리예산 반영에 대한 입장 ▲장애인권리 4대 제정법안 입법에 대한 입장을 공개 질의한 내용이다.
 
○ 2023년 장애인 권리예산반영 주요정책요구

가. (국토교통부) 장애인이동권보장

▲ 특별교통수단 법정대수 차량1대당 2명 운전원 의무배치 예산 반영

▲ 시외 · 고속 · 마을버스 10년내 100% 도입 정책수립 예산 반영

나. (노동부) 최중증장애인 노동권 보장

▲ 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 1만개 보장

▲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위한 보장

다. (보건복지부) 장애등급제 진짜폐지 · 탈시설권리 보장

▲ 활동지원서비스 지원예산 평균 월127시간 → 월150시간 증가 예산 반영

▲ 탈시설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추가지원 1인당 8시간(일) 추가 보장 예산 반영

라. (교육부)장애인평생교육권리보장

▲ 장애인평생교육시설 국비지원 예산 반영

▲ 161개 시군구 장애인평생교육학습도시 확대 예산 반영

○ 장애인권리 4대 제정법안 요구

가. 장애인평생교육법 제정 (교육부)

나. 중증장애인고용촉진특별법 제정 (노동부)

다.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보건복지부)

라.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보건복지부)
 
전장연의 주장에 의하면 정부는 장애인도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탈시설 권리를 보장할 책임이 있고, 필요한 예산을 반드시 배정해야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전장연이 요구하는 예산은 어디에서 오는가?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법과 정책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가? 국민들의 합의로 결정되는 것이다. 전장연이 의견을 관철하려면, 국민을 설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민주주의에서는 정당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국민의 발목을 잡는 시위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뿐이다.
 
전장연은 2023년 새해에는 탐욕스런 권력이 강요한 ‘각자도생’보다 권리를 향한 ‘연결과 관계의 공간’을 내어달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은 전장연에게도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새해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공간에서 민주적으로 소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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