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교육 문제를 해결한다 교육재정의 정치학

일러스트=토끼풀

 
대한민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 답은 ‘좋은’ 대학이 서울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각자가 경험한 바가 다르기에,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교육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대학이다. 좋은 대학이 서울에 집중된 탓에, 극심한 병목현상에 처해있다.
 
지금까지 교육에 백약이 무효했던 이유는 뿌리 깊은 대학 간 격차에 있다. 대학은 지식을 만드는 창조권력과 학벌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는 지위권력을 가진다. 그런데, 두 가지 권력을 가진 대학이 모두 서울에 있다. 좋은 대학이 애초에 적으니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한 무한 경쟁을 해야 한다. 좋은 대학이 서울에만 있으니 지방 청년들은 경제적·정서적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정치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병목현상을 해소하고 과잉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좋은 대학을 서울 외 지역에 더 많이 육성하는 대학 상향평준화가 필요하다. 이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

우선, 지역거점국립대부터 서울대급으로 만들자. 최고의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지는 대학이 지역에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예산이 필요하다. 2022년 12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이 의결되었다. 기존 초·중등 교육을 위한 재원인 교육세에서 약 1조 5,000억 원을 대학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시·도 교육청과 일부 학부모 단체는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과 같은 각종 기금 적립 규모만 30조 원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초·중등교육 예산은 ‘10. 약 32조 원에서 ‘22. 76조 원으로 늘었다. 고등교육 예산은 ‘10. 약 5조 원에서 ‘22. 12.6조 원 늘었지만, ‘22. 예산에서 국가장학금만 38.6%를 차지한다. 이해관계에서 한 발 떨어져 보자. 초·중등교육 예산은 내국세의 20.79%가 자동으로 연동된다. 이를 고등교육까지 확대해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적정 수준의 교육비를 따져보아야 한다. 지금 교육청과 학교 현장에서는 돈은 많은데 쓸 곳을 몰라서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고등교육은 재정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2021년 69.3%로 OECD 국가 중 1위다. 한국의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2019년 기준 초등 1,153만 원·중등 1,476만 원·고등 976만 원이며, OECD 평균은 초등 857만 원·중등 985만 원·고등 1,518만 원이다(OECD, 2022). 단순히 OECD 평균을 따라가자는 게 아니다. 지식을 창조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며, 그 과정에서 주체를 찾아가는 고등교육에 투자를 안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학생 1명의 교육에 투자하는 지표인 학생 1인당 교육비도 따져보아야 한다. 2021년 서울대는 5,286만 원인 반면 지역거점국립대 평균은 2,057만 원으로 서울대의 38.9% 수준에 불과하다. 대학의 상향평준화가 절실한 이유다.
 
교육은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균형발전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 지식을 창조하는 좋은 대학이 적다. 그렇기에 유망 산업과 기업도 적다. 청년들은 일자리와 학벌을 찾아 서울로 몰려든다. 이는 주거 문제까지 이어진다. 다시 말해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거점국립대부터 소위 서울대급 연구중심대학으로 변혁해야 한다. 이를 위한 예산을 현행법상 자동으로 늘어나는 초·중등교육에서 전용해야 한다. 교육 칸막이에 갇히지 말자. 교육재정 운동장을 넓게 쓰자.
 
이제 정치의 시간이다.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의 주장을 대중에 힘입어 관철할 수 있는, 개혁적인 정치인이 필요하다. 그런 정치인은 거세게 비판받을 것이다. 초·중등교육과 고등·평생교육의 이해관계자 수와 관여도는 전자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치인은 이를 기회로 여겨야 한다. 교육재정은 먼저 치고 나갈 공간이 있는 이슈다. 공개적으로 붙어서 격하게 토론하면,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정치인은 성장한다. 정말로 교육을 개혁하려는 자, 국민의 마음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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