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읽는 영어소설

일러스트=토끼풀

 
영어 소설 읽기는 재밌다. 뉴스나 심각한 주제의 에세이를 읽는 것보다 소설에는 줄거리가 있으며,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 아무리 긴 소설이라도 몰입해서 읽게 한다. 시사지는 하루에 100페이지를 못 읽어도 소설이라면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소설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선 원문으로 읽는 것이 좋다. 언어마다 문화적 배경이 다르고, 그 배경에 따라 쓰는 표현이 다르다. 영어로 쓴 글의 악센트와 라임의 주는 리듬감을 번역자가 잘 살린다고 해서, 원문을 스스로 읽었을 때 각자가 받는 느낌을 살릴 수는 없다. 글을 읽는 행위는 각자의 고유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어 소설을 읽을 때, 우리를 가로막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간략하게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보자면, 전자는 영어 소설을 읽을 영어 독해 능력은 있으나, 소설의 길이에 심리적 저항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후자는 영어 독해 능력이 낮아 읽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는 어휘력 부족을 꼽기도 하는 데, 어휘력 부족은 낮은 독해 능력에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이다. 어휘력이 부족해서 독해가 안 되는 경우는 사전을 이용하면 되겠지만, 사전을 찾아 독해가 해결되는 부류는 전자지, 후자 쪽은 아니다. 영어 소설을 읽기 위해선 다른 접근법 필요하다.
 


 
능력은 있으나 소설읽기가 부담인 경우

단편 소설이나 챕터 북을 읽어 길이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자.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으로 번역된 Andrew Porter의 소설집 The Theory of Light and Matter는 전권은 178페이지의 제법 긴 소설이지만, 10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고, 한 소설의 분량이 가장 짧은 Hole의 경우엔 6페이지밖에 되지 않는다. 에세이 한 편 길이밖에는 되지 않으며, 기획 기사 정도의 분량이다. 분량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서도 전 권을 다 읽었을 때, 소설 한권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이 있다. 소설을 끝까지 한 권 읽는 경험이 앞으로의 독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단편 소설이 취향이 아니라면, 챕터로 나눠진 소설을 읽자. 봉준호 감독이 내년에 개봉하고 지금 촬영 중인 영화 <미키 17>의 원작 소설인 Edward Ashton의 소설 Mickey 7은 전권은 269페이지의 장편 소설이지만, 27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어서 단편 소설을 읽을 때의 장점과 장편 소설을 읽었을 때의 뿌듯함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길이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는 다른 한 가지 방법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전권을 다 들어도 좋고, 챕터별로 오디오북 책읽기를 번갈아 듣고 읽어도 된다.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자꾸 멈춘다거나, 발음 떠올리고 뜻 생각하면서 책 읽기가 느려져서 답답하다면, 오디오북은 발음을 생각하는 과정을 생략해줘서 더 쉽게 책을 즐길 수 있다.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방법은 회원제 미국 사이트 Audible.com을 이용하면 되는 데, 이제는 따로 Audible에 가입하지 않아도 아마존 회원에 가입되어 있다면, 연동가능하다.
 


 
독해 능력이 안 되는 경우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지겨운 영어와 담을 쌓은 경우 영어는 내 인생에서 아웃이라고 생각한 경우 영어 소설을 읽을 수 있을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 다닐 때 문법도 지긋지긋하고 독해도 아는 영어단어를 조합해서 겨우 헤쳐 온 겨우 당장의 소설읽기는 넘기 힘든 벽일 수도 있다. 그 때 지겹지만 지름길이 있고, 길지만 평탄한 길이 있다.
 
지름길은 역시 약간의 문법 공부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문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라는 것이 아니라, 긴 글 독해가 안 되는 경우, 주어 동사가 하나 있는 단문인 경우 5형식 문형만을 공부하고 단문을 연결해주는 접속사 파트와 분사구문과 관계사만은 꼭 공부하길 권한다. 영포자들 대부분이 포기하는 지점이며, 취약한 파트이기 때문이다. 문장이라는 것이 단문을 접속사로 더해서 길게 만들고, 분사와 관계사가 수식해서 길어질 뿐이다. 영작이 목표가 아니라, 소설책을 읽기 위함이니, 명사, 관사 ,형용사 등등의 품사 파트 대부분은 읽으면서 익히면 된다.
 
문법이든 뭐든, 책도 없고 용어자체 만으로 머리가 아프다면, 영어 동화책을 권하고 싶다. 아주 쉬운 아기용 동화책에서 시작해서 많은 동화책을 읽다보면, 문법 공부를 하지 않아도 문법이 내재화된다. 동화책을 읽을 때는 권수에 집중하면 좋다. 많이 읽을수록 많이 알게 된다. 재밌는 그림책을 읽어도 좋다. 일단 읽는 것에 집중하자. 그림책은 도서관의 어린이 책 코너에 많이 구비되어있다. 반복은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어느정도 책읽기가 수월해졌다면, 리딩 레벨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Readers 시리즈를 단계별로 읽어보면 좋다. 리더스북은 단계별로 선별하여 쓴 책이라서, 사전을 찾아보는 번거로움 없이 읽을 수 있다. 또 단계가 높아짐에 따라 글밥도 많아지고 길이도 길어져서, 챕터 북에서 소설로 넘어가는 마중물이 된다.
 
어느 단계이든지, 일단 책을 손에 들어보자. 모르는 부분은 번역 앱이나 번역본을 활용하면 된다. 짧은 그림책이든 얇은 소설이든 페이지를 펼쳐 보자. 사진 기술이 발달해서 정교하게 이미지를 포착하는 시대에도 연필을 들고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이 있는 것처럼, AI가 순식간에 카메라로 포착한 텍스트를 번역해주는 시대에도 선을 그리듯 책을 읽고 느끼는 개인 고유의 즐거움은 아직 인간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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