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게 미움받는 주민대표

일러스트=바로크

 
‘의원’은 주민들이 선출하는 대표자입니다. 도봉구 주민은 세 가지 대표자를 선출합니다. 하나는 도봉구의회 기초의원, 다른 하나는 서울시의회 광역의원, 마지막은 국회의원. 이 중에서 저는 구의회에서 일하는 기초의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초의원이라고 하면 동네주민의 민원을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인식하지만, 기초의원은 민원 처리 외에도 하는 일이 많습니다. 도봉구의 행정을 감시하거나, 예산 집행을 검토합니다. 이 과정에서 도봉구 주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단하기 위해 조례, 법령을 확인하거나, 선배들의 경험을 빌리기 위해 의회 회의록을 참고합니다.

기본적으로 주민이 선출한 대표자는 주민이 원하는 일을 해야만 하지만, 제가 보기에도, 주민이 보기에도, 대표자가 다수 주민이 납득하기 힘든 사업을 진행시킬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도봉구에는 김근태 전 국회의원의 이름의 김근태길, 김근태 도서관, 각종 문화시설 내 김근태 역사 코너 등 주민의 세금으로 예산이 집행되는 여러 사업들이 있습니다.
 
엄연히 김근태 전 국회의원을 위한, 특정 정당의 이념을 위한 사업으로, 주민이 선출한 대표자 다수가 동의한 탓에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김근태도서관 등, 2018년도 당시 공시지가 40억 원이 넘는 부지에서 서울시 예산 18억을 투입한 이런 사업을 주민들은 심사하고 동의하길 원했을까요?
 
도봉구의회 전자회의록 (council-dobong.seoul.kr)
제7대 270회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3차 (17.12.08)

 
전 국회의원을 위한 사업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5조처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정당의 이념을 위한 사업은 심의부터 완공까지 신속하게 진행한 반면, 도봉구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창동역의 민자역사 사업은 멈춰 있는 상태로 흉물이라 불리며 12년 넘게 방치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십억 단위의 돈이 특정 인물을 기리는 데에 사용되고 있으니, 주민이 주민대표를 미워할 만합니다.
 
또한 주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여러 사업의 진행과 선정에서 일부 인원 혹은 집단에게만 특혜를 주는 식으로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주민이 아닌 특정 인원을 위한 운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호석 의원 5분 발언
제320회 본회의 제1차 (council-dobong.seoul.kr)
제322회 본회의 제1차 (council-dobong.seoul.kr)

 
공직의 담당자들이 진행한 사업을 몰랐다면 당시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유기이며, 지시를 했다면 직권남용입니다.
 
실제 의정 과정과 결과를 살펴보면, 주민의 감시 없이는 대표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 주민이 예산 집행을 감시하지 않으니 대표자들끼리 마음대로 처리해 버리는 것입니다.
 
선출이 된 이후에 이러한 행보를 하는 이유는 다음 선거의 자리를 위해 미래권력과 특정 단체들에게 줄을 서는 일종의 거래와도 같습니다. 주민들을 신경 쓰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당겨서 세력화 시키는 독과점 시장의 카르텔 형성과 비슷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여러 번 선출되며 권력과 권한을 보존하고 공유하게 되니 주민이 아닌 그들의 이익을 위해 협조관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선거가 끝난 뒤에도, 주민은 대표자를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당선되고 나면 실제 다수 주민의 의견이나 지역의 발전에 무관심해지는 대표자들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주민뿐입니다.
 
주민이 대표자를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기초, 광역, 국회의원의 회의록을 검색해 보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하는 사업을 들여다보고, 각 의원들의 발언과 실제 예산의 변화를 비교해 보는 것, 이런 일들이 현명한 유권자가 되고 싶은 주민에게 추천드리는 방법입니다.
 
제가 이러한 관심과 감시의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예산이 편향적으로 집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회의원 선거에서 도봉구 갑 지역구는 김근태와 배우자인 인재근 의원이 6번이나 당선되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국회의원과 기초, 광역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사이의 관계를 인지하지 못한 탓에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습니다.
 
어떠한 견제와 감시도 없었기 때문에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지방/광역 의원, 자치단체장들의 당협 활동에 대한 인사권을 자유롭게 행사하며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다음 선거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에 주민들이 미워할 만한 사업 진행과 운영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뽑은 사람들이 어떻게 의정 활동을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은 간단하면서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주민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앞으로도 주민에게 미움받는 주민대표를 계속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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