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캠페인의 세계] 2화

일러스트=토끼풀

 
많은 정치 캠페인 담당자가 재료 고갈에 시달린다. 의원은 늘 ‘기깔나는 캠페인’을 원하지만, 담당자는 늘 속으로 정치인 본인이 기깔나지 않는 것을 캠페인 탓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모든 정치인이 하는 것마다 빵빵 터지진 않는다. 시장에 갔는데 상인들 반응이 시큰둥 할 수도 있고, 강연에 갔는데 학생들이 거의 안 올 수도 있다. 사람들에 둘러 싸여 환호받고 혹은 계란을 맞는 일은 대선주자급 정치인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다. 현실에서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캠페인 담당자는 좋은 이벤트가 터졌을 때 이것을 우리고 또 우려서 지긋지긋할 때까지 뽑아 먹어야 한다.

이벤트란 무엇일까? 행사를 열거나, 참석하거나, 혹은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을 통칭한 것이 이벤트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이벤트고, 의원이 토론회를 연 것이 이벤트고, 지방변호사회 창립기념식에 가서 축사한 것도 조금 작지만 이벤트다.
 
이벤트는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의원실에서 여는 이벤트는 주로 고농도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다. 하다못해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토론회를 열어도 모든 의원실 인력이 동원되는데, 좋은 이벤트는 어떻겠는가. 몇 날 며칠 머리를 싸매고 준비해야 한다.
 
외부 이벤트는 어떤가. 규모 면에서는 압도적일 때가 많지만 우연에 기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데다가 우리 뜻대로 되지도 않는다. 새벽에 좋은 이벤트가 터지면 담당자는 주섬주섬 일어나 이걸 어떻게 팔지 고민하며 노트북을 켜야 한다. 휴가 중일 때도 예외는 없다.
 
바꾸어 말해, 모든 이벤트는 값지다. 이 이벤트를 활용해 메시지를 내고 영상을 내는 것이 정치 캠페이너의 데일리 목표가 돼야 한다.
 
하나의 이벤트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내보내야 한다. 하나의 방식으로만 발신해버리고 말아버리면 이벤트가 너무 아깝다. 이벤트는 지겨울 때까지 사골 고듯 우리고 또 우려내야 한다.
 
예를 들어, 토론회를 열었다고 하면 하이라이트를 영상으로 촬영해 발신하는 것이 하나가 될 것이고, 페이스북에 메시지를 내는 것이 두번째, 인스타그램에 스틸 사진을 발신하는 것과 블로그에 스틸과 더불어 자료집을 게시하는 것이 각각 세번째, 네번째가 되겠다. 이 토론회를 잘 아카이빙 해 두었다가 나중에 다른 토론회와 엮어 의원이 해당 이슈에 이만큼이나 진심이라는 것을 어필할 때 또 꺼내 써야 한다.
 
국내 축구선수가 발롱도르를 받으면 여기에도 당당히 숟가락을 얹자. 선수에게 직접 축하 메시지를 낼 수도 있고, 축구 관련 행사에 가서 언급해도 좋다.
 
정치 캠페인 담당자라면 울궈 먹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물가 관련 메시지(c.f. 여기서 이벤트는 ‘물가가 높아졌다’는 그 사실 자체다)가 나갔으면 모든 사람이 이걸 봤다고 가정하면 안 된다. 타깃의 1/100만이 메시지를 봤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면 나머지 99/100이 이 메시지를 보게 하려면? 같은 메시지를 이용해서 유튜브도 만들고 인스타툰도 만들고 사진도 좀 만들어야 한다.
 
같은 메시지가 여러 채널에서 나간다고 해서 ‘혹시 독자가 떨어지면 어떡하지’ 걱정하고 있는가? 그럴 필요 없다. 독자는 예전처럼 능동적으로 메시지를 선택하지 않는다. 메시지를 보는 사람의 대부분은 의원의 구독자가 아니다. 오늘날의 독자는 플랫폼이 선정해준 콘텐츠를 1. 바라보거나 2. 넘긴다. 캠페이너가 잘 보여야 하는 쪽은 구독자가 아니라 플랫폼이다. 플랫폼에 잘 보이면 독자에게 전달이 된다. 독자에게는 별달리 선택권이 없다.
 
플랫폼에 잘 보이는 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모른다’다. 절대 알 수 없다. 그걸 알면 누구나 백만 구독 유튜버게? 절대 알 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볼 수는 있지 않을까? 정답은 ‘그렇다’다. 최선을 다하는 방법은 다양한 카테고리의 콘텐츠를 자주, 많이 업데이트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하나의 맥락이 ‘터진다’. 그 의원에게 가장 잘 맞는 맥락을 플랫폼이 결정하는 거다. 그때부터는 그 카테고리로 꾸준하게 그 의원의 이야기를 하면 된다.
 
성실하게 지치지 말고 꾸준하게 의원의 이야기를 풀어내 보자. 터지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터지더라도 방심하지 말자. 백날 천 날 당신의 캠페인이 잘 나갈 수는 없다. ‘이렇게 잘 만들었는데 왜 안 오르지’ 싶은 순간은 반드시 온다. 당신의 잘못도, 캠페인의 문제도 아니다. 플랫폼은 당신이 지치는 순간을 기다린다. 일종의 테스트다. 이런 고비까지 잘 넘길 수 있는 사람인지 시험하는 것이다. 이 테스트에서 지지 않는 사람을 디지털 정치 세계에서는 ‘성공했다’고 한다. 지치지 않는 것은 정치인의 하수인으로서 두번째로 중요한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조회수 정체에 다급해 하는 의원을 잘 설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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