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동작구 「아침마다 눈을 뜨면」, 우리의 선과 악은.

일러스트=토끼풀

 
청록파로 알려진 시인 박목월은 인간의 본성에도 관심을 가지며, 인간의 인간다움 실천을 강조하는 시인 ‘아침마다 눈을 뜨면’이라는 시를 펴냈다. 그는 그 시를 통해 ‘어려운 세상’ 속에서도 선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당부했다. 시인 박목월이 경험한, 스스로 선을 갈구하여야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던 삶의 궤적은 결국 자연화된 악이 스스로를 침식하는 어두운 시대의 연속이었다.

“서로 서로가 돕고 산다면/보살피고 위로하고 의지하고 산다면/오늘 하루가 왜 괴로우랴“

그는 개인의 실천을 강조하면서도 마주보는 실천을 통해 괴로운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좋은 사람 하나가 돋보이는 세상을 두고 우리가 과연 좋은 세상이라 할 수 있겠는가. 전쟁에서 무공을 올린 영웅이 있다면 그 뒤로 수많은 총성과 희생이 있으리오, 참사에서 나타난 위인이 있다면 그를 넘어서는 고통과 울부짖음이 현장에 남았을 테다.

그렇다. 홀로 좋은 세상은 만들 수 없다. 현충원의 영령을 바라볼 때에는 그들과 우리의 괴로운 삶을 모두 떠올려야 한다. 왜 그들이 영웅이 될 수밖에 없었는가, 우리의 위기와 아픔이 있었는가를 묻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기념이다. 참사 속 영웅 앞에 수만 명의 헌병이 도열을 하고, 고관대작이 직접 나서 휘황천란한 훈장을 묘비 앞에 추서하는 것이 기계적으로 반복된다면 그러한 허무가 또 없다.

먼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시대 우리의 이야기다. 서울 동작의 동쪽 끝, 남산과 한강을 바라보는 위치에 수많은 영령이 모셔진 서울현충원에는 더는 영웅이 안장될 장소가 없을 정도라고 하지만, 묘비 하나가 막 세워진 그때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더 큰 선을 이뤘는지 짚어본다면 참으로 부끄럽다. 전쟁을 이겨낼 평화도, 사회적 고통을 치유할 제도도, 불의를 회복할 정의의 공동체도 다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가 발전한 것은 매년 기념일마다 퍼포먼스만 날이 가면 갈수록 진화한다는 부끄러운 사실이다. 기념과 추념을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겠으나. 선을 위한 희생을 기억하면서도 그 희생의 씨앗인 선을 따르고자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기념과 눈물은 참으로 허황되다.

“웃는 얼굴이 웃는 얼굴과/정다운 눈이 정다운 눈과/건너보고 마주보고 바로보고 산다면/아침마다 동트는 새벽은/또 얼마나 아름다우랴”

우리가 비록 어떠한 괴로움도 없는 시대는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허무함만을 반복하며 비를 눈물 삼아 하염없이 비석 아래에 강을 이루게 할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다짐하지 않는 마음보다는 분명 다가올 세상을 나와 내 이웃이 빛이 되어 비추리라고 소망을 가지며 실천해야 한다. 설령 아무런 가능성도 없는 미래라도 기대할 수 있는 자격은 현충원의 영령들과 함께 드넓은 대지 위에 숨 쉬는 우리 모두에게 있으며, 어둠 속에서 자그마한 불씨 하나 킬 용기와 실천의 기회도 역시 우리에게 있기에.

글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