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캠페인의 세계 5] 국회의원 김만식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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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현대차 로고의 의미를 보고 기함 한 적이 있다. 당연히 현대의 앞 글자인 H를 따와 만든 로고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무려 노와 사가 손을 맞잡은 모습을 형상화 한 것이다!
 

일러스트=토끼풀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자세히 보니 어느 정도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어떤 한가한 사람이 기업의 로고를 그렇게 자세히 본단 말인가?

정치 캠페이너가 가장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도 이와 비슷하다. 현대차 로고 디자이너는 자기 세상에 갇혀서 소비자들이 디자이너만큼이나 현대차 로고를 유심히 들여다볼 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캠페이너가 의원을 요리조리 뜯어보는 것은 ‘일’이다. 돈을 받고 하는 작업인 것이다. 유권자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요리조리 뜯어봐서 만든 정치인 캠페인을 슥 보고(혹은 그마저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이 ‘유권자의 일’이다.

캠페이너가 돈을 받고 하는 일을 유권자도 똑같이 해주리라 기대하는건 경제 원리를 몰라서이거나 혹은 의원에 대한 메타인지가 안되기 때문일것이다.

요새 인터뷰 요청이 좀 들어온다고 해서, 방송에 자주 언급이 되는 것 같아서 설마 이 정도면 들어는 봤겠지, 하고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이 보통의 정치 캠페이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유권자들은 당신의 의원을 모른다. 모를 뿐만 아니라 떠먹여줘도 알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대선주자급이나 슈퍼스타 의원을 모시고 있다면 해당되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의원은 남에게 소개했을 때 ‘누구라고?’ 소리를 듣기 십상인게 현실이다. 당장 자기 지역의 의원이 누구인지 모르는 유권자는 생각보다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연예인이 했던 컨텐츠를 따라하려는 경향이 정치 캠페인씬에 다분하다.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사람의 일상이 아니라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이라 재밌는거다. <유퀴즈온더블록>도 마찬가지다. ‘연예인’이 떠받쳐주니 보통 사람의 농담따먹기가 재밌는거지,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나와 눈물의 똥꼬쑈를 해도 사람들은 채널을 돌린다.
 

 
자기가 모시는 ‘듣보’ 의원을 냉정하게 보려면 김만식 의원을 상정하고 컨텐츠를 기획해야 한다. 김만식 의원은 62년생으로 부산대 법대를 졸업하고 지역 내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국회 입성한 3선 의원이다. 적당히 옆으로 빗은 단정한 머리에 티타늄테 안경을 낀다. 세련됨과는 거리가 있다. 당 색깔에 맞는 넥타이를 하긴 하는데, 묘하게 핀트가 나가있다.

김만식은 국회에서 가장 일반적인 느낌의 의원이자 내가 방금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냉정하게 말해, 있든 없든 별로 티가 안 난다. 내가 모시는 의원도 다른 사람들에게 저런 정도의 존재감일 것이라고 상정해야 한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인물인 김만식 의원과 비교해도 존재감 없는 의원을 당신은 모시고 있는 거다.

김만식 의원이 누군지 이해했다면 이제 당신의 기획에 넣어보자. 당신의 기획을 누가 봐 줄 것인지 객관화할 수 있다.

· 내가 정치 소비자라면 김만식 의원의 ‘밸런스 게임’을 볼 것인가?

· 내가 정치 소비자라면 김만식 의원의 ‘브이로그’를 볼 것인가?

· 내가 정치 소비자라면 김만식 의원의 ‘워크맨’을 볼 것인가?


조회수가 안나오는건 기획이 엉망이서일수도 있지만, 애초에 당신이 모시는 의원을 연예인으로 착각한 까닭일 수도 있다. 웬만큼 독특한 취향이 아니고서야 보통의 사람들은 60대 아저씨의 그 어떤 일상이나 말 한마디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안그래도 비호감인 국회의원을, 그렇다고 볼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흔한 재주 하나도 없는 60대 아저씨를, 정치 캠페이너는 팔아야 한다.

유명해지면 똥만 싸도 사람들은 박수를 칠 것이라고들 한다. 바꿔 말하면 그 만큼 유명해지기는 어렵다. 겸손한 마음으로 김만식 의원의 컨텐츠를 처음부터 다시 기획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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